Life

유현준 교수님 건대에 오신 날

LittleDev0617 2023. 11. 9. 23:57

 

2023.10.30 월요일
1교시에 맞춰 6시 30분에 일어나서 후딱 나오니 예쁜 구름이 맞이했다.

 

학교 도서관 복도에 유현준 교수님이 오신다는 포스터가 붙어있길래 오늘을 기대하고 있었다.
3시에 삶과 죽음의 철학 수업이 있지만 살면서 언제 직접 볼지 모르는 유현준 교수님 강의를 들으러 가기로 했다.

 

도서관 가는 길에 새소리가 크게 들리길래 두리번 거리다가 발견한 통통한 새도 찍어준다

 

30분 정도 일찍 오니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았다.
2시가 되고 유현준 교수님 등장
사진에 보다시피 해당 장소에 자료를 띄울 수 있는 기기가 없어서 
오직 입담으로만 한 시간을 채우셨다.

 
이야기의 주제는 교수님께서 새로 내신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책 이다.
 

인문기행 책은 세계의 100개 건축물 중 33개씩 시리즈로 1 2 3권을 제작하려 한 책이다.
 교수님 본인이 직접 경험하며 사고가 확장된,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구나 감탄한 건축물들을 소개한다. 깨우치는 기준에 대해 알려주시기 위해 교수님께서는 건축의 길을 걷게된 계기를 꺼내셨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꺼리는 반골 기질과 무작정 암기를 싫어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학, 세계사 등을 싫어하셨다고 한다. 그 중에서 미술 시간은 유일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교수님 또한 또래보다 잘하는 미술에 부심이 생기셨다고 한다. 또 연필 뒤에 지우개를 다는 등의 기발한 생각을 해낸 발명가를 동경하였고 마음에 들었다고 하셨다. 고등학교 때에는 이과와 문과 둘다 싫어 그 사이인 건축학과로 진학하셨다. 그 후 30년동안 정말 열심히 건축설계 활동을 하신 후에야 직접 르코르뷔지에와 같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수업시간에 나온 건축가가 지은 건축물을 보러 가셨다고 한다. 어느정도 연륜이 쌓이고 아는 것이 많아진 교수님은 잘 만든 건축물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고 정말 대단한 건축가였음을 깨달으셨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건축가는 겉으로 멋있게 치장되어있는 건축물을 설계한 사람이 아닌, 그 건축물이 이루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을 생각하며 미적, 실용성, 관계들을 모두 해결한 사람이라고 하셨다. 이처럼 공간 속의 사람들을 생각하여 기발하게 설계된 건물들이 바로 인문기행에 소개되는 건축물들이다. 교수님께서는 자신을 보고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의견을 듣고 의아해 했지만 이내 자신이 공간보다 공간 속 '사람들' 간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깨닫고 수긍하셨다고 한다. 인문학이 그저 문학 역사 철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들에 대한 학문이므로 책 제목으로 '인문 건축 기행'으로 정하신 것이다.
 
 유현준 교수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벽이란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막아 소통을 막아버리지만 사적인 공간을 형성하게 하고, 창문을 설치하면 서로 볼 수 있게 하지만 드나들 수는 없다. 거기에 문을 설치하면 드나들 수 있고, 강으로 단절된 두 육지를 다리를 설치해 잇게한다. 이처럼 건축이란 벽 창문 문 다리 등과 같은 기본 단위들의 무궁무진한 조합을 통해 사람들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조합을 창의적으로 생각해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리고 그 창의적 사고의 바탕은 자신의 세계의 확장이고, 분야에 상관없이 지향해야할 지점이라고 하셨다. 독일의 전쟁 패배 후 부서진 국회의사당 건물 리모델링 공모전에 뽑힌 건축가는 영국 출신이었지만 독일 사람들은 이를 인정해준 사례를 꺼내셨다. 당시 국회의사당의 돔이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었었는데, 돔은 만드는데 힘드므로 힘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었다. 영국의 건축가는 이를 투명한 돔으로 대체하고 해당 돔 내부에 전망대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돔에서는 아래 투명한 천장으로 국회의사당을 들여다 볼 수 있어 국민이 지켜볼 수 있게하는 의미가 있고, 힘의 상징이었던 돔에 국민이 들어가 밖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의 힘을 국민들에게 나누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위에서 설명한 두마리, 세마리 토끼를 잡는 대단한 건축가의 사례이다. 교수님께서는 해당 건축가와 세계 전쟁 때 맞붙었던 국가 출신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독일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이야기하셨다.

 미디어 기기가 없는 공간에서 약 한 시간을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강의를 하신 교수님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 질문 시간에 하신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중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교수님은 "보통 잘하는 것을 좋아하면 좋아하지 싫어하디는 않는다. 내가 수학 순위가 몇위던지 '뭐 그럴 수 있지' 하는데 미술을 누구보다 못한다 그러면 확 긁혀요. 이렇게 남들보다 못 했을 때 긁히는 것들의 특징은 어렸을 때부터 그 쪽으로 잘한다 잘한다 소리를 듣는 것들이에요. 저는 이런 것들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답하셨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부분 공감된다. 살다보면 좋아는 하지만 내 맘대로 잘 안되는 쪽이 있고 좋아하는데 잘되어서 선순환이 반복되는 쪽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선순환 속에서 성취를 하며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쪽이라 생각해도 세상에는 사람이 워낙 많아 좌절하기 쉽상이지만 성취를 맛본 사람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의식주의 하나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고 모든 사물이 존재하는 공간을 구성하는 건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강의였다. 벽, 창문, 문, 계단 등과 같이 사람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요소들의 조합들로 세상을 꾸며나간 멋진 건축물들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컴퓨터가 우리 공간 속에 함께하기에 컴퓨터가 이루는 관계 또한 영향을 많이 줄 것이라 본다. 다리가 강으로 분리된 육지를 이어 사람들이 오가는 것 처럼 인터넷이 이제 분리된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래에 교수님과 같은 분이 위대한 건축물을 뽑을 때 뽑힐만한 건물을 지으려면 과학 기술이 구성하는 공간 속의 관계를 기가 막히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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